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 앞에 사과하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혹평을 쏟아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시사하자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尹 "아내 현명하지 못한 처신 사과.. 특검, 정치공세" 채상병 특검도 거부권 시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취임 2주년을 맞아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25분간의 국민보고와 75분간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지난 2년간 국정 운영과 성과를 설명한 뒤 앞으로 3년 동안의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세일즈 외교 ▲한·미동맹 강화 ▲복지 서비스 강화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지난 2년 우리 사회의 개혁에 매진해 왔지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3년,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 국민과 함께 더 열심히 뛰어서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국민보고를 마친 뒤 취재진이 기다리는 브리핑룸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으로 분야를 나눠 진행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채상병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與 "잘못 솔직히 인정, 국정 목표는 오직 민생".. 유승민 "갑갑하고 답답해"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놓고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일부 나왔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년 간의 정책 과정과 성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마음으로 새기겠다는 다짐도 있었다"면서 "경제, 외교, 안보, 복지, 노동, 의료 등 각 분야에서 실시한 국정 운영의 목표와 방향은 오직 '민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국민께서 궁금해 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서로 간 입장 차가 있는 여러 특검 등의 사안을 두고는 특검의 본질과 취지를 강조하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와 함께 협조의 뜻을 구했다"며 "이제는 갈등이 아닌 협치, 정쟁이 아닌 소통,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 앞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 민생 경제 회복과 수출과 내수 활성화 대책을 통한 경제 활로 개척, 약자 중심의 복지 정책 확대, 외교·안보 문제, 물가 및 부동산 정책 등 의제가 산적해 있다"며 "무엇보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 과제, 저출생·지방소멸의 해법 등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업들이 놓여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보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에게는 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세상인 모양"이라며 "'국정 기조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도, 채 상병 특검법도 모두 거부했다"며 "지난 대선 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생경제도 새로운 정책 없이 그저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그대로 하겠다'라는 것뿐"이라며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야당 대표를 만나고 하나 마나 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중요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고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 또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누구도 공감 못할 자화자찬".. 박찬대 "김여사 특검 재발의" 맹공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두고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고 혹평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민보고는 우리 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사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왜 70%에 가까운 국민께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지, 왜 총선에서 국민께서 심판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고 탄식했다.

이어 "기자회견 역시 한 치도 예상을 비켜나지 않았다"며 "총선을 통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고집을 부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서 수용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심지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김건희 여사가 불가침의 성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후 긴급 입장발표를 통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발의를 공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민심을 수용하고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몹시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여전히 나는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고집하고 있다. 오답을 써놓고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과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언급조차 피하면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돌볼 마음도,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이런저런 토달지 말고 채상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하시라"며 "만일 최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일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사오정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교류협력 강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북미지역을 방문 중인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해외 출장 중 대통령 기자회견을 봤다. '사오정 기자회견'에 '답이 없는 대통령'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맞서려는 대통령에게 더 이상 인내심을 보여줄 국민은 없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냉엄한 국제현실에 대한민국이 더 쪼그라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김건희·채상병 특검은 야당의 정치공세가 아니라 국민 3분의2가 지지하는 '국민특검' 요구"라며 "대통령이 결자해지하십시오. 국정기조를 근본부터 완전히 탈바꿈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조국 "마이동풍. 동문서답.오불관언" 조국당 "윤, 하나도 변하지 않아…벌거벗은 임금"

조국혁신당도 즉각 대통령의 기자회견 비판에 가세했다.

조국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설명 없이 "마이동풍. 동문서답. 오불관언"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보협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4.10 총선에서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변할 생각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국민들 마음에 가닿은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국민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른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버렸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부족', '미흡', '송구',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을 얻은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사과한 것을 두고 "디올백 사건 하나에만 사과하고 끝낼 것인가"라며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어제 어버이날을 기념해 가석방이 결정된 장모 최은순씨를 제외한 공범들은 모두 처벌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지 않는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며 "물가도 못잡고, 민생 회복 대책도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조기종식의 길을 찾겠다"고도 전했다.

개혁 "더 이상 기대 어려워" 이기인 "끝까지 잘못 인정 안 하는 금쪽이"

개혁신당도 기자회견과 관련해 즉각 부정적 반응을 냈다.

주이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내놓은 대부분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라 더 새로운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며 "사실 국민은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상태이다. 문제는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국민 보고'라는 담화에서 대통령 신뢰에 크나큰 흠집을 내고 있는 '채상병 특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패거리 정치' 등 정치 현안들은 다루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 채 상병 특검 등에 대하여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는 행사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대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기인 당대표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쪽이는 전문가의 관심과 세심한 애정으로 충분히 나아질 수 있지만 대통령은 아니다"라면서 "끝까지 요만큼의 자기 잘못도 인정 안 하려는 금쪽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설 전반에 걸쳐 자화자찬은 여전했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공허한 구호만 열거했다"며 "국민의 회초리에 대해선 '질책과 꾸짖음'이라는 모호한 말로 회피하기 바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6000자짜리 국민 인내심 테스트를 진행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들이 성찰하기를 원하는 건 따로 있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어버어날 장모 석방, 채상병 특검 등 헤아릴 수 없는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답이 없다"고 했다.

진보당 "기자회견 하면 소통이냐" 정의당 "총선 패배 이유 전혀 몰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도 논평을 내고 "어떤 변화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 회견"이라며 "절망이라는 단어로도 참담함을 표현할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분명히 알았다"며 "이제 국민은 윤석열 정권에 대해 새로운 출구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윤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얘기하는 과정에서 송구, 소통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했지만 내용에는 송구함도 소통을 하겠다는 어떠한 의지도 읽을 수 없었다"며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분야로 질문을 이어갔으나 기자들의 주요한 질문에도 원론적인 답변 뿐 어느 것도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라인 침탈'에 대해 일본에 한마디 말도 못하는 기자회견을 보면서 국민은 절망을 느낀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 하면 소통인 줄 아시나,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소통이 시작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알 수 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암담한 현실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수영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총선 참패 후 ‘국정운영 방향은 옳았으나 국민들이 못 느꼈다’라던 기자회견과 똑같이, ‘노력했는데도 국민들이 못 느꼈다’라는 책임회피로 시작하고 끝난 기자회견이었다. 실소조차 나지 않는 재방송은 전파 낭비일 뿐"이라고 일갈했다.